야, 이거 진짜 무서운 얘기인데... 내가 병원에서 간호사로 일한 지 5년 넘었거든? 그런데 그날 야간 근무는 진짜 잊을 수가 없어.
2022년 10월 어느 추운 밤이었어. 야간 근무 중인데 새벽 2시쯤 갑자기 보안실에서 연락이 와. "6층에서 이상한 소리가 난다"고. 근데 6층은 리모델링 때문에 한 달 전부터 완전히 막혀있었어야 했거든.
보안팀장이랑 같이 6층 올라갔어.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는 순간부터 느낌이 이상했어. 공기가 다른 층보다 훨씬 차갑고 무거운 거야. 손전등 켜고 들어갔는데 저 멀리서 '끼익... 끼익...' 하는 소리가 들려오더라.
"뭔가 바퀴 굴러가는 소리 같은데?" 보안팀장이 중얼거렸어.
조심스럽게 소리 나는 쪽으로 갔는데, 복도 끝 간병인 휴게실 앞에서 그 소리가 멈춰. 손전등으로 비춰봤더니... 휠체어가 하나 있는 거야.
어? 이상해. 리모델링 전에 모든 장비는 다른 층으로 옮겼을 텐데?
더 가까이 갔을 때... 진짜 소름끼쳤어. 휠체어가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하는 거야. 아무도 안 미는데. 마치 누가 앉아서 스스로 굴러가는 것처럼.
"이상하다... 누가 타고 있나?" 보안팀장이 다가갔어. 그 순간 휠체어가 딱 멈춰. 근데 시트 부분이 확실히 눌려있더라고. 사람이 앉은 것처럼 푹 들어가 있었어.
그때 그 휠체어를 자세히 봤는데... 낯익더라. 팔걸이에 작은 스티커가 붙어있는데 '김영순'이라고 적혀있는 거야.
김영순 할머니... 작년에 돌아가신 분이야.
할머니는 치매를 앓고 계셨는데, 매일 밤마다 그 휠체어 타고 복도를 돌아다니셨어. "집에 가야 한다"며 계속 문 앞에서 서성이시곤 했지. 간호사들이 말려도 밤만 되면 어김없이 휠체어 타고 나오셨거든.
"할머니 휠체어가 왜 여기에...?"
나도 모르게 중얼거렸는데, 그 순간 휠체어가 다시 움직이기 시작해. 이번엔 우리 쪽으로 천천히 다가오더니... 내 발 앞에서 딱 멈춰.
그 거리... 정확히 할머니가 살아계실 때 나한테 "간호사 양, 나 집에 가고 싶어요"라고 말씀하시던 바로 그 거리였어.
보안팀장은 "바람 때문일 거야"라고 했는데, 6층은 창문도 다 닫혀있고 에어컨도 꺼져있었어. 바람이 불 이유가 없었거든.
우리 급하게 6층에서 내려왔어. 다음 날 낮에 다시 확인해봤더니 휠체어는 원래 의료기기 보관실에 가지런히 정리되어 있더라. 누가 옮겨놨는지는... 아무도 몰라.
그 후로도 6층 리모델링 끝날 때까지 몇 번 더 그런 일이 있었어. 항상 새벽 2-3시 사이, 항상 김영순 할머니 휠체어. 나중엔 보안팀에서 아예 그 휠체어만 따로 창고에 보관했지.
리모델링 끝나고 6층이 다시 운영 시작한 후로는 그런 일 없었어. 근데 가끔 생각해봐... 할머니가 정말 집에 가고 싶어서 그렇게 매일 밤 나오신 걸까? 아니면 익숙한 병원을 떠나기 싫어서였을까?
그리고... 할머니는 정말 편안한 곳에 계실까?